청소년 사이버도박 범죄가 1년 새 4배가량 급증하고 있지만 치유·예방 사업은 턱 없이 부족하고, 실태를 파악하는 설문의 신뢰도 또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정책 주무 부처인 성평등가족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과 성평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사이버도박 범죄 피의자 수는 2023년 170명에서 2024년 669명으로 불과 1년 사이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평등가족부 산하 기관인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드림마을)의 '청소년 사이버도박 치유캠프' 이용자 수는 2023년 25명, 2024년 33명에 그쳤다.
성평등가족부는 2023년부터 매년 '청소년 사이버도박 진단조사'를 실시해 위험 조기 발굴 및 치유 지원을 추진해 오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사이버도박 위험군은 한국도박문제 예방치유센터와 연계하고 있으며, 드림마을에서는 연 2회 사이버도박 치유캠프를 개최해 예방·치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내부 전문가 회의에서 조사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아무런 개선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드러났다.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는 지난해 6월 전문가 회의를 통해 "청소년이 심각성을 인지해 응답 회피 등으로 인해 사이버도박 위험군이 감소했고, 학교급(초→고)이 올라갈수록 위험군이 줄었다"며 결과와 현실의 괴리가 있고, 설문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인지했다. 하지만 문항 보완 등 개선 조치 없이 올 4월 동일한 질문지로 또다시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진단조사에서는 '지난 3개월 동안 해본 적 있는 것이 있다면 모두 체크해 주세요'라는 항목 아래 '온라인 스포츠 베팅(토토, 프로토)', '온라인 돈내기 게임(바카라 등) 등 이용 경험을 묻고 있다. 실명으로 진행하는 조사에서 청소년들이 거짓 응답을 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성평등가족부는 이에 대해 "청소년 사이버도박 조기 발굴을 위해 매년 진단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와 연계해 치유를 지원하고 있다"며 "다만 조사 결과의 신뢰도가 낮아 구체적인 위험군 규모 등은 대외 공개가 어렵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사이버도박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다면 결국 아이들이 음지에서 더 깊이 빠져들도록 방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청소년정책의 주무 부처인 성평등가족부가 신뢰도 낮은 진단조사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예방교육과 치유 지원을 활성화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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